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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서신 +78 목각오리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3-06-10 22:19
조회
76
어렸을 적 부모님께 정해진 용돈을 받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을 때 그때 그때마다 필요한 금액을 주셨는데 한동안은 일주일에 정해진 금액을 고정적으로 주셨습니다. 정확한 금액도, 언제부터 언제였는지도, 용돈을 왜 그렇게 주셨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경제개념을 알려주시기 위함이셨던 것 같습니다.

고정적인 용돈이 시작된 첫해 어버이날에는 용돈을 아껴서 동네 문방구에 가 저렴한 목각오리 한 쌍을 구입하여 부모님께 선물해드렸습니다. 이 선물을 받으신 부모님께서 무척 좋아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 마음도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로 어버이날마다 똑같은 목각오리 한 쌍씩 구입하여 집에는 목각오리가 점점 늘어 이제는 “다정한 오리 한쌍”이 아닌 “오리떼”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어머니로부터 이제 이 목각오리는 그만 사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듣고서야 다음 해 어버이날 선물은 바뀔 수 있었습니다.

아무 쓸모없고, 값어치도 없고, 이쁘지도 않은 목각오리를 그저 아들이 주는 선물이기 때문에 아무 이유 없이 좋아해 주셨습니다. 저도 부모로 살아보니 아무 쓸모없고, 값어치도 없고, 이쁘지도 않은 목각오리를 받으시며 기뻐하셨던 부모님의 마음이 어떠셨는지 알겠습니다.

이 생각의 끝에 감사한 또 한가지는 이러한 부모의 마음을 통해 자녀인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도 어느정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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