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잘못 키운죄 용서해 주십시오"

결혼과 함께 여섯해 동안 운영해 왔던 식당을 그만두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완구 전문점을 열었다. 아이들은 신이나서 함성을 질렀다.

아이들 셋을 키우면서도 신기한 장난감이 그렇게 만은 줄은 미처 몰랐다. 하루하루 꼬마들과 마주하다 보니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가게를 꾸려나가게 된 것도 내게는 큰 소득이다. 가게 안이 온통 신기한 장난감으로 가득찼으니 꼭 구입하지 않더라도 구경하러 들어오는 아이들이 많게 마련이다.

지난 크리스마스날이었다. 그 날은 평소보다 꼬마손님들이 유난히 많이 찾아오는 날이기에 가게 앞에까지 예쁜 인형들을 진열해 놓았다. 손님이 예상보다 많아 가게 안팎으로 들락거리며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오후 서너시쯤 되어서야 다소 틈이 나기에 부랴부랴 늦은 점심을 챙겨먹었다. 그시간이라야 불과 10분 남짓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도 가게 앞에 얌전히 앉아 있었던 짱구인형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혹시나'하는 마음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은 일이라 혼자 속으로만 의심하고 잊어버리기로 했다. 내가 부주의해 잃어버린 죄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두어시간 정도 지났을까. 낯선 40대 부부가 우리 가게로 들어서면서 '사장님'을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게 한쪽으로 오더니 간신히 입을 여는 게 아닌가.

"죄송합니다. 자식을 잘못 키운 부모의 책임이 큽니다. 내 자식만큼은 믿었는데 . 할 말이 없습니다."

부부는 자식의 잘못을 당신들의 죄인 양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용서를 빌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완구를 취급하다보니 가끔씩 물건을 몰래 '슬쩍'해가는 아이들을 만나게 마련. 하지만 이처럼 주인한테 발각되지 않은 아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부모가 스스로 찾아온 적은 없었다.

"부끄러움은 잠깐이지만 자신까지 속이는 죄인이 될 수 없었습니다."

저만큼 멀어져 가는 부부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남긴 한마디가 자꾸만 되살아났다. 참으로 오랜만에 참부모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한 하루였다.

고진숙(경기 가평군)/ 동아일보 1998.1.20.